연어입니다. 점심 식사로 콩나물국을 먹던중 문득 얼마전 근래 마주하기 힘든 명강의를 듣다가 알게된 콩나물이 콩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식품이란 놀라운(?)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연하게 들리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적쟎이 충격을 받았는데, 왜냐하면 여태껏 콩나물이 콩으로 부터 가치를 추가 창출했다는 사실을 일평생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콩나물국을 먹으면서 왜 내가 그 단순한 내용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까 곰곰히 되짚어 보게 되었지요.
콩나물과 관련한 저의 가장 강력한 기억들은 어릴적 거의 매일 장을 봐오라는 어머니의 심부름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부 한 모, 콩나물 200원 어치, 갈치 한 마리… 어머니는 가족들의 저녁상을 준비하면서 그날 그날 필요했던 음식 재료들을 제게 심부름하곤 하셨습니다. 사실 그 때는 그런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던 때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같이 장을 보러 가기도 했지만 간단한 식재료는 가까운 아파트 상가 시장이나 동네 가까운 데서 행상 하시는 분들로 부터 조달하곤 했으니까요.
어릴적 해가 뉘웃뉘웃 어스름해질 쯤 되면 아파트 놀이터에서 미친 듯이 뛰놀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온 동네 어머니들이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고 (응답하라 1988 첫 장면이 이랬지요?), 땀범벅에 흙투성이로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는 얼렁 손만 씻고 시장에 심부름 좀 다녀오라고 시키셨던 것 같습니다. 시장 아주머니들은 심부름 오는 아이들을 기특하게 생각했겠지만 물건을 깎거나 양을 더 챙겨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못 미더웠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밝게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저녁 찬거리를 부탁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립곤 하네요.
요새는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동네 시장에 아이를 심부름 보내는 어머니가 요새 있을까 싶네요. 반대로 아이를 학교에, 그리고 학원에 안전하게 보내고 데려오기 위해 차 한 대씩 끌고다니는 어머니들이 많으니까 말이죠. 동네 시장에 심부름 보내기 보다는 주말에 아이 아빠를 끌고(?) 이마트나 코스트코에 가 이것저것 사면서 아이 챙기기 바쁜게 요즘 시대니까 말입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지만, 변하지 않는 듯해도 조금 돌이켜 보면 너무나 많이 변해있는 것도 있는가 봅니다. 한편 생각해보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엄마 손을 잡고 이마트에 가 카트를 타며 장을 보던 시절, 엄마가 손수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던 시절이 새록새록 추억으로 다가올지 또 누가 알게습니까? 아마 지금 갓 성인이 되거나 사회 초년생인 분들에게 피켓몬스터가 추억의 애니메이션이 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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